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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은애하는 도적님아] 남지현·문상민, 상실과 선택이 교차한 운명의 한가운데

content drop 2026. 2. 1. 10:50

 

KBS 2TV 토일 미니시리즈 ‘은애하는 도적님아’가 중반부를 지나며 감정의 깊이를 한층 더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지난 방송에서는 그동안 차분하고 단단하게 그려졌던 홍은조의 세계가 한순간에 무너지고, 그 붕괴의 파편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까지 향하는 비극적인 전개가 펼쳐졌습니다. ‘은애하는 도적님아’는 이번 회차를 통해 로맨스 사극이라는 틀을 넘어, 상실 이후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를 집요하게 묻는 작품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습니다.


출처: KBS

 

 

세상을 잃은 순간, 홍은조의 감정이 폭주하다

홍은조에게 아버지 홍민직은 단순한 가족 이상의 존재였습니다. 삶의 기준이자 세상과 자신을 이어주는 마지막 버팀목이었습니다. 그런 아버지가 권력의 한복판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온 순간, 홍은조의 세계는 더 이상 이전과 같을 수 없게 됩니다. 장례를 준비하겠다는 말과 달리 절벽 위로 향하는 홍은조의 모습은, 그가 이미 이성적인 판단을 내려놓았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장면에서 남지현은 절제된 연기로 깊은 슬픔과 분노를 동시에 표현합니다. 울부짖거나 소리치지 않아도, 텅 빈 눈빛만으로 감정의 깊이를 전달하며 홍은조라는 인물이 얼마나 벼랑 끝에 서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그려냅니다. ‘은애하는 도적님아’가 감정의 과잉 대신 여백을 선택한 연출이 특히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대목입니다.


사랑이 가장 잔혹한 선택이 되는 순간

홍은조가 쏜 화살은 분명 왕 이규를 향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화살의 끝에서 쓰러진 사람은 이열이었습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반전이나 충격을 위한 설정이 아니라, 두 사람의 관계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상징적인 순간입니다. 홍은조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이열은 그 선택의 결과까지도 대신 짊어지기로 결심합니다.

 

문상민이 연기한 이열은 말보다 행동으로 감정을 증명하는 인물입니다. 왕 앞에 나서 화살을 맞는 선택은 충동이 아니라 각오에 가깝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죄인으로 만들 수 없다는 결단, 그리고 그 결단이 자신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물러서지 않는 태도는 이열이라는 캐릭터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듭니다. ‘은애하는 도적님아’는 이 장면을 통해 로맨스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풍등 아래 남겨진 가장 평온한 기억

비극적인 전개 속에서도 시청자들의 마음에 오래 남는 장면은 풍등 데이트였습니다. 저잣거리의 소란 속에서 두 사람이 나란히 서서 소원을 적는 장면은 잠시나마 모든 갈등을 잊게 만드는 순간이었습니다. 홍은조가 적은 소원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그 표정과 망설임만으로도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장면은 이후 전개를 위한 중요한 대비 장치로 작용합니다. 가장 조용하고 따뜻했던 시간이 있었기에, 그 다음에 찾아오는 상실과 피의 장면이 더욱 잔인하게 느껴집니다. ‘은애하는 도적님아’는 이렇게 감정의 온도 차를 극대화하며 서사의 몰입도를 끌어올립니다.


권력이라는 이름의 그림자, 왕 이규

모든 비극의 중심에는 왕 이규가 존재합니다. 직접 칼을 휘두르지 않아도, 그의 선택과 침묵은 수많은 사람의 삶을 파괴합니다. 하석진이 연기하는 이규는 선악의 경계에 서 있는 인물이라기보다, 권력이 얼마나 무자비해질 수 있는지를 상징하는 존재에 가깝습니다. 홍민직의 죽음, 홍은조의 폭주, 그리고 이열의 희생까지 모두 이 권력의 그림자 아래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극의 메시지는 분명해집니다.


첩첩산중 위기, 연정은 어디로 향할까

이열의 생사 여부, 그리고 홍은조가 감당해야 할 선택의 대가는 앞으로의 전개를 더욱 궁금하게 만듭니다. 사랑 때문에 죄를 짊어질 수밖에 없는 인물과, 그 죄마저 함께 나누려는 인물의 관계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은애하는 도적님아’는 남은 회차를 통해 이 비극적인 연정이 구원으로 나아갈지, 혹은 더 큰 상실로 이어질지를 차분하게 풀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여러분은 이번 회차에서 홍은조의 선택을 어떻게 보셨나요? 분노와 슬픔 속에서 내린 결정은 과연 이해받을 수 있을지, 그리고 이열의 희생은 어떤 의미로 남게 될지 함께 이야기 나눠보고 싶습니다.